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패션계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운영하던 1세대 디자이너들이 은퇴를 하며 새로 떠오르는 루키들에게 세대교체의 기회가 온 것인데
대표적으로 1994년에 망해가던 GUCCI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Tom Ford는 올드한 이미지의 GUCCI를 당대 최고의 섹시하고 도발적인 브랜드로 변모시키면서 다시 요즘 말로 “(스껄)하입”한 브랜드가 되었다.
(GUCCI 가문의 난잡한 주도권 싸움과 LVMH의 회사 인수 시도 등 재미난 이야기는 다음번에 따로 써보겠다.)
서론이 길었는데
이렇게 더 이상 대중들은 유명한 ‘그’ 브랜드가 원래 어떤 브랜드였는지는 알 수 없고 현재 ‘핫’한가? 만 알 수 있다.
이것은 대중의 무지가 아닌 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의 의도이기 때문이다.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예시는 Hedi Slimane이 Yves Saint Laurent에 가자마자 Yves를 빼고 SAINT LAURENT로 로고를 바꾼 것(Slimane은 이외에도 Dior Homme, Celine에서도 모두 이름을 바꿨다.)
그들이 브랜드에 신선함을 넣는데 가장 필요한 첫 단추는 바로 과거의 영광을 지우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도 분명히 드러났다.
브랜드가 과거의 유산을 버리면서 기존의 유산을 지지하던 충성된 고객은 놓치고
새로 유입된 고객들은 유행의 흐름에 떠밀려 왔을 뿐 그 브랜드가 가진 고유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면
가차 없이 떠나버린다.(혹은 시간이 지나고 그냥 질려서 떠나는 경우도 많다. 크게 유행할수록 그 유행이 지났다는 각인은 오래간다.)
일례로 Burberry는 Riccardo Tisci가 CD(Creative Director, 이하 CD)를 맡으면서 모노그램 로고를
필두로 젊어지려는 ‘힙’한 캠페인을 계속 진행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결국 기존의 이미지와 너무 이질적이라는 평을 받으며 매출 부진으로 결국 다시 교체되었다.
즉, 헤리티지 브랜드의 리브랜딩은
‘새로운 유산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지’와
‘기존의 유산을 얼마나 지킬 것인지’
이 두 질문에 그 흥망이 달렸다.
‘새로운 유산’은 사실 따로 알아볼 필요도 없다.
우리가 지금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브랜드 들은 기본적으로 그 첫 질문을 해결한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브랜드의 답변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대부분 감추어져 ‘은밀하게’ 녹아들어 있다.
이 글의 제목처럼 “요즘 그 브랜드 잘하더라”라고 말하려면 혹은 누군가 이렇게 말할 때 공감하려면
우리는 그 ‘기존의 유산’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항상 ‘유행하는’ 브랜드의 절반 밖에 보지 못한다.
또 현실적으로 생겨나는 문제로는 유행하는 것을 보고 실제로 자신도 그것이 예뻐 보여서 유행에 올라탔는데 그 유행이 끝물이었고 유행이 지나 그 아이템을 더 이상 쓰지 못하는 서러운 상황이 있다.
실제로 내 주변에서 많이 발생하는 일이며 유행에 큰 관심이 없는 이들일수록 이런 상황에 자주 놓였다.
(유행할 때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다가 자주 노출되면서 구매욕이 생기고 시간이 지나 할인하는 것을 보고 ‘힙’한 아이템을 싸게 잘 샀다고 좋아했지만 주변에서는 이미 그것을 지나간 유행으로 보는)
아마 “발렌시아가”를 읽고 들어온 분들은 “그래서 발렌시아가는 잘하는 거야 뭐야!”라고 답답해하실 수도 있겠다.(웃음) 죄송하게도 그것은 또 다룰 이야기가 많기 때문에 다음 편에서 이어나가 보겠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 기존의 유산과 새로운 유산의 괴리가 가장 극단적이면서 놀랍게도 그 코드가 연결되는 브랜드는 “BALENCIAGA”라고 생각한다.
우선 천천히 BALENCIAGA의 시작부터 그 유산의 흐름을 따라서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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