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이 입고 살아가는 대부분의 '옷'이라는 것 특히 "Dress"는 인체의 형태와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적합한 직물과 소재로 만들어져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인체는 시간이 지나도 해부학적 특징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인체에 맞는 패턴의 형태는 대략 정해져 있다. 따라서 특별한 형태와 볼륨을 만드는 것이 개성이 드러나는 지점이었고 이때 직물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된다.
Art is the combination of imagination and technology
Pablo Picasso
Picasso의 말처럼 기술의 발전은 예술의 발전을 이끌어낸다. 1841년 최초의 튜브 물감이 개발이 되고 화가들은 더이상 화실이 아닌 야외에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것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Cloude Monet을 필두로 야외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빛과 피사체의 모습을 표현한 인상파 화가들이 등장할 수 있었다.
의복 역사에서도 1935년 Dupont사의 최초의 합성섬유인 Nylon의 개발은 의복의 착용방식과 스타일 등에 큰 영향을 끼친 전무후무한 사건이다. 사실 스타킹은 중세시대에도 있었지만 면소재라 탄성력과 내구성이 좋지않아 가터벨트에 고정을 하는 방식이었고 따라서 귀족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물과 열에 강하고 신축성과 보온성이 좋으며 심지어 가격도 저렴한 이 얇은 직물은 1940년에 여성들이 신는 스타킹으로 등장하면서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Balenciaga는 이러한 직물의 중요성을 알았고 직물에 대한 그의 지식이 제조업체만큼 전문적이었다고 한다.
(당시 영국 직물을 프랑스에서 수입하던 줄리엣 뒤클로스에 의하면 그가 원단 샘플을 받으면 혼용률을 귀신같이 맞혔다고 한다.)
위 2편에서 다뤗던 Barrel-Line의 어깨부터 시작되는 헐렁함을 구현하기 위해 Balenciaga는 가죽 코트만큼 따뜻하면서도 손으로 땋아 만든 무거운 수제 트위드, 편안한 양모 천을 선택했다. 울은 두께와 자연스러운 신축성 덕분에 배럴 라인을 만드는 데 이상적인 천이었으며 재단 시 만들어진 모양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alenciaga는 자신이 추구하는 아름다운 볼륨을 구현하기에는 기존의 원단들이 너무 부드럽다고 생각했다. 인체를 따르지 않는 개성적인 형태를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드레스는 Blaenciaga의 후반기 작업을 가장 잘 드러내는 대표작이다. Balenciaga는 자신이 추구하는 기하학적이고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시간이 갈 수록 더욱 순수한 조형미에서 찾으려고 했고 다양한 재료와 장식의 당대 패션의 정 반대에 섰다. 앞 뒤 각 하나의 봉제선만이 있는 이 형태는 Silk Gazar였기에 구현될 수 있었고 어깨의 Strass Straps에는 진주와 모조 다이아몬드로 장식되었다. 이 절제된 화려함은 여성이 마치 꽃봉우리에서 무심코 피어난 것과 같은, 혹은 나비가 고치(Cocoon)에서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개인적으로 헤어스타일까지 너무 완벽한 룩인 것 같다.)
Balenciaga의 작업연대기는 동일한 스페인 출신의 Picasso가 생각나게 하는데 후반기 작업으로 갈 수록 더욱 단순한 아름다움을 추구한 데에 그 공통점이 있다. 당장 나도 몇년전의 내가 추구했던 아름다움이 요란스러워 보이는데 아마 나이를 먹을 수록 더욱 조용하고 솔직한 아름다움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드레스도 딱 보면 Gazar를 사용한 것을 알 수 있다. 튤립의 형태를 거꾸로한 구조적인 형태를 옆 재봉선이 없이 뒤로 길게 뻗은 드레스 위에 다시 앞으로 길게 뻗은 드레스를 조끼형태로 입으면서 몸을 제한하기보다 자유롭게하는 방식을 구현했다. Sabrina 네크라인과 민소매에 오페라 글러브는 여성의 노출된 부분인 목과 팔이 더욱 길고 가늘게 보이도록 하여 우아하고 세련된 인상을 준다. 그리고 등은 시원하게 드러내면서 뒷 허리부분은 Kimono 리본의 형태로 조여서 자칫 둔탁해보일 수 있는 부피감에 날렵함을 더한다.
Balenciaga가 주로 사용했던 직물 중에서 레이스도 빼놓을 수 없다. 레이스를 만드는데 많은 시간이 들어가므로 19세기까지 레이스는 주로 드레스의 헴라인 등에 장식용으로 사용되거나 란제리로 쓰였다. 그러나 그는 이 레이스를 본 원단으로 Bolero부터 이브닝드레스와 코트까지 다양한 옷과 디자인을 제시했다. 이때 단순한 장식요소가 아닌 투명성과 텍스처의 변화를 통해 의상의 구조와 형태를 강조하면서 의상에 깊이와 입체감을 더했다.
현대에는 "레이스"하면 무채색이나 베이지색이 지배적인데 당시에 그는 다양한 색상의 레이스를 사용했고 다른 색상의 직물과 배색을 활용하기도 했다.
21세기에는 동물권에 대한 의식이 올라가면서 2017년에 GUCCI 에서 모피사용 중단을 선언하는 등 윤리적인 문제로 Fake Fur를 개발하여 사용하지만 1950년대에 Balenciaga는 미적인 목적으로 기존의 직물이나 부자재를 활용하여 새로운 Fur의 느낌을 연구했다는 점은 굉장히 흥미롭다.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할 때는 또 사용하기 싫고, 또 사용을 금지하면 사용하고 싶은게 인간의 심리가 아닌가 싶다.
후,,길었던 발렌시아가의 '기존의 유산'(2편 ~ 5편)이 드디어 끝이 났다. 예전에 공부했었던 것들이지만 다시 조금 더 깊게 찾아보고 또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과거의 기록이다보니 찾기가 쉽지 않았다. 너무 많은 시간을 썼지만 그만큼 엄청난 존경심이 차오른다.(현재 "더 뉴룩"이라는 Apple TV시리즈를 보는 중인데 여기서 Balenciaga의 모습이 또 매우 멋있게 묘사되어서 더 그렇다)
다음 편부터는 '새로운 유산'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정리해 볼 것인데 다루고 싶은 주제들이 또 많이 생겨서 잠깐 끊고 다음에 다시 발렌시아가 시리즈를 재개하려고한다.
혹시 발렌시아가 '기존의 유산'을 읽고 깨닫게 된 부분이나 혹은 공유하고싶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댓글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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