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 대하여

"벨트보단 ㅁㅁㅁㅁ지" by 옛날 서양사람들

bangju 2024. 8. 14. 21:08

 

현재 우리가 입고 보는 옷들은 대부분 서양의 산업혁명과 더불어 대량생산된 규격이다.

모든 바지의 허리에는 고리가 있고 허리를 조절하려면 벨트를 사용한다.

이것은 서양에 의해 규격화된 것이지만 서양도 불과 200년 전까지만 해도 벨트를 잘 사용하지 않았다는 재미난 사실이 있다. 

 

 

(1)Chiton / (2)Tunic  
(3,4) Tunic

고대 그리스로부터 이어져온 고대 로마인들의 대표적인 의복은 따로 소매의 봉제 없이 직사각형의 천에 머리부분만 구멍을 내어 그대로 걸치는 키톤과 소매부분을 봉제하여 동일하게 착용하는 T자형 옷인 튜닉이다. 이 두 옷은 모두 긴 길이와 넓은 몸통 폭을 가지고 있었기에 허리끈으로 몸에 맞게 조여서 입어야 했다. 벨트의 시작은 옷이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Medieval Belt with Sword Holder and Pockets

중세로 넘어가면서 단순히 옷을 고정하는 역할을 했던 허리끈은 허리띠로 발전하면서 전사들에게는 검을 걸어놓을 수 있고 농부나 장인들에게는 다양한 작업도구들을 걸어놓을 수 있는 실용적 장신구가 됐다. 

 

 

(좌)Medieval Plaque Belt / (우)Medieval Girdle

이 허리띠는 귀족이나 왕족 혹은 기사들에게 신분과 지위를 나타내는 사회적 역할로도 중요했다. 가죽으로 만들어진 기본형에서 벗어나 실크와 금속, 보석 등의 화려한 재료를 통해 높은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기도 하며 가문이나 지역의 문양을 새기기도 했다. 기사나 귀족 남성들이 착용하던 것은 Plaque Belt라고 했으며 여성들이 착용했던 얇은 허리띠는 Girdle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벨트는 18세기 이후에 점차 자취를 감추게 된다.

 

(좌)Breeches, Late 17th ~ 18th Century / (우)Pantaloons, 18th ~ Early 19th Century

15세기 후반부터 Hose라는 스타킹과 같은 하의가 유행을 하면서 Trunk Hose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을 하다가 17세기 후반에 좀 더 간소화된 실루엣으로 무릎길이의 Breeches가 유행했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허리선이 매우 높게 올라간 것인데 당시의 남성미의 기준이 길고 곧은 다리와 좁은 허리를 강조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남성의 다리를 길어 보이게 하여 신체 비율을 더 세련되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 높은 허리선이 선호된 것이다.

허리선을 올려서 하의가 따로 분리된 것이 아닌 상체와 일체로 연결되어있음을 보여줘야 했고 동시에 골반에 걸쳐서 착용하던 벨트는 높은 허리선에서는 몸에 압박을 줄 뿐이라 벨트대신 버튼이 바지를 허리에 고정하는 역할에 쓰였다.(미적으로도 버튼을 더 선호했다고 한다.)

이것은 19세기 초반까지 유행했던 오른쪽의 Pantaloons까지 이어진다.

 

 

(1)H, Y, X Suspender / (2,3)Suspender with Pataloons or Trouser

따라서 장력을 통해서 옷을 고정하는 방식이 아닌 어깨에 걸친 끈의 길이에 의해서 높이가 고정되는 Braces(미국에서는 Suspender라고 함)가 등장했고 벨트보다 더 편안하게 높은 허리선을 유지할 수 있었다. H자 형과 X자 형이 등장하고 뒤이어 Y자 형이 등장했고 빅토리아 시대에 기본적인 의복으로 자리 잡았다.(H자 형은 요즘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반대로 20세기 초 남성들의 허리선이 낮아지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세계대전과 함께 군복의 영향으로 벨트가 다시 널리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Suspender의 사용은 다시 줄어들었다.(재밌게도 벨트를 찬 남성에 대한 매력도가 다시 올라갔다고 한다.)

 

 

(좌)Skinhead Look,1960 / (우)[Wall Street], 1987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상류층과 중산층 남성들이 착용하던 고급장신구인 Suspender는 벨트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면서 오히려 하류층에 속하였던 노동자들에게 각광받기 시작한다. 육체노동을 할 때 벨트보다 더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바지를 고정해주기 때문이었다. 

 

1960년대, 찬란했던 영국 하위문화의 전성시대에 "스킨헤드족"이라 불렸던 이들은 기존의 귀족적 권위에 반항하며 노동자 계층을 대표하기 위해 Suspender를 반항의 상징으로 착용하였다. Punk에서도 이 Suspender를 스타일 요소로 활용했다.

재밌는 것은 1987년작 영화 [Wall Street]에서는 야망있고 카리스마 있는 주인공을 연출하기 위해 기득권의 남성미 넘치는 의상으로 Suspender를 활용했다.

하나의 장신구가 기득권의 남성적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노동자 계급의 반항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료를 조사하면서 "패션은 돌고 돈다"라는 말을 다시한번 떠올리게 된다.

 

벨트에서 서스펜더로, 다시 서스펜더에서 벨트로
입체적으로는 귀족의 스타일이 대중의 스타일로,
다시 대중의 스타일이 귀족(할리우드 스타)의 스타일로


우리도 지금 유행하는 스타일을 의심하고

또 지금 무시받는 스타일의 가능성을 들여봐야하지 않을까?

 

패션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들 아래의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2회 실제 현업 디자이너가 들려주는 패션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구독해주세요.

https://naver.me/FlZhlO6Z

 

패션대홍수 :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패션 히스토리, 브랜드 스토리, 디자이너 인스퍼레이션을 정리한다. 패션대홍수가 와도 살아남아야 하는 그런 유산들을 말이다. 물론 패션위크 등 각종 뉴스도 반영한다.

contents.premiu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