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 대하여

다양한 영감을 옷으로 바꾼 예술가(발렌시아가 4편)

bangju 2024. 7. 25. 12:00

 

Balenciaga의 고향인 스페인은 언제나 그의 작품 활동에 있어 중요한 문화적 영감의 원천이었다.

스페인의 자연과 정서, 종교, 민속 의상, 스페인 화가들의 회화로부터 많은 창조적 영감을 얻었다.

(좌)Infanta Margarita Teresa of Spain - Diego Velasquez, 17th century / (우)Infanta Dress, 1939 Fall

아이보리 새틴에 벨벳 트리밍이 달린 이 드레스는 17세기 스페인 필리프 4세의 궁정화가 벨라스케스 회화 속에 등장한 스페인 마리아 테레사 공주의 드레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처럼 Balenciaga는 가볍고 밝고 사랑스러운 여성미보다 벨라스케스, 수르바란 등이 그린 17세기 스페인 회화에 등장하는,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을 갖춘 여성들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고 그 결과 Infanta Dress와 같은 금욕주의와 엄격함이 강조된 웅장한 실루엣과 색채의 의상들을 만들 수 있었다.

 

현대에는 미디어를 통해 과거보다 더 쉽게 이 세상의 모든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음에도 생각보다 과거의 작품들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지 않는 것 같다.

 

Bullfighting Referenced Balenciaga Design
Bullfighting Referenced Balenciaga Design

테슬이 달린 Embroidery bolero(자수 볼레로)와 Toredor Hat(투우사 모자), 케이프 등은 스페인의 개성 있는 대표 스포츠인 Bullfighting(투우)에서 영감을 받았다.

 

 

(1)Peacock Tail Dress
(2)Flamenco Dance / (3)Flamenco Referenced Balenciaga Dress

(이미지1)의 앞부분이 짧고 뒷부분은 길게 된 Ballon Skirt 형태의 'Peacock Tail Dress'는 스페인의 전통춤인 Flamenco의 전통의상에서 착안했으며 걸을 때 부푸는 모습이 Balenciaga의 클래식한 스타일인 Ballon Silhouette을 잘 드러내준다. 또 테두리나 안감에 사용되는 Ruffle은 Flamenco 전통의상의 특징으로 움직임이 더욱 현란하고 아름답도록 풍부한 우아함을 더한다.

보통 Flamenco도 그렇고 Spain의 대표색은 정열을 나타내는 레드인데 Balenciaga는 핑크와 블랙의 조합도 자주 사용했다. 특히, "Spanish Black"이라고 할 만큼 가톨릭 국가인 스페인에서 중요한 색깔인 블랙을 많이 사용했다. 블랙은 색의 산만함이 없어 구조적인 형태나 재질감을 보여주기에 가장 이상적이어서 검은 레이스나 자수, 벨벳, 실크 등으로 사용되었다.

(옷을 맞춤 제작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Muslin, Toile(광목)은 보통 표백하기 전 생지로 아이보리 색상인데 Balenciaga는 이 Toile Fitting(1차 가봉)에서부터 검정색상의 Toile을 사용했다고 한다.)

 

 

(1)Balenciaga Wedding Dress Hat, 1947 / (2)Coal Scuttle
(3, 4)Balenciaga Apron Dress
우리가 아는 '옷'은 사실 대량생산하기에 제일 용이했을 뿐(발렌시아가 3편)
 

3편에서 보았던 Single-Seam Wedding Dress의 모자는 스페인이 반도 국가로 어업이 발달하여 당시에 어부들이 주로 착용하던 모자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Coal Scuttle"이라는 가정용 석탄 운반 바구니의 형태와도 유사하여 동일한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또 여성 어부들이 주로 착용하던 Apron을 드레스 디자인의 요소로 활용하기도 했다.

 

 

(1)HAus Der Kulturen, 1957 / (2)Tulip Dress, 1965
(3)Frank LLoyd Wrigh, 1959 / (4)Spiral Hats, 1962

 

기하학적이고 구조적인 Balenciaga의 디자인 특징은 당연하게도 건축물에서 큰 영감을 받곤 했다. 이처럼 디자이너는 다양한 문화적 요인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문화는 양방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반대로 Balenciaga의 디자인이 영향을 준 디자인들도 찾아볼 수 있다.

(1)Balenciaga Baby Doll Dress, 1959 / (2)Twiggy, 1966
(3)Courtney Love, 1994 / (4)PRADA 2019 SS

18세기 프랑스 로코코 스타일과 19세기 스페인 아동복에서 영감을 받은 'Baby Doll Dress'는 Balenciaga의 시그니처인 Ballon Silhouette을 따라 허리선을 강조하지 않은 A-line 형태로 풍성하고 여유로운 실루엣이 여성들의 신체에 편안함과 자유를 제공하면서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천진난만함이 느껴지는 사랑스러운 여성상을 제안했다.(1)

1960년대의 패션아이콘인 Twiggy는 소녀 같은 매력을 대표했는데 밝은 색상과 소매가 없는 단순한 디자인의 'Baby Doll Dress'로 청순하고 경쾌한 이미지를 더욱 강조했다.(2)

Courtney Love는 1990년대 그런지 록스타로 펑크에서 이어진 반항적인 이미지를 헝클어진 머리와 번진 립스틱, 닥터마틴 등 조금 더 그런지한 날것의 요소로 표현하되 'Baby Doll Dress'를 입음으로써 순수함과 반항적인 이미지를 공존시켰다.(3)

'Baby Doll Dress'는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면서 수많은 디자이너들에게서 재탄생했는데 Balenciaga보다 더 화려하고 풍성한 디자인부터 모던하고 단순한 디자인까지 폭넓게 등장하고 있다.(4)

 

 

디자인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재밌는 부분은 80억의 전 세계 인구가 모두 다 생각이 다르기에 'A'라는 개념이 A', A'', A''' 등등 이론상으로 80억 개의 버전으로 변형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편견 없이 자신의 취향대로 조합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Balenciaga가 1959년에 여성스럽고 우아한 Baby Doll Dress를 발표했을 때 그것이 35년 뒤에 반항적인 이미지와 합쳐져 록스타의 무대 의상이 될지는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아마 직접 보았다면 아주 흡족해했으리라 생각한다.

 

다음 편에서는 Balenciaga가 추구한 Silhouette에 대해서 더욱 자세히 원단의 특성과 함께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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