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옷'은 어떻게 생겼는지 안다. 기본형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사실 Prêt-à-Porter(프레타포르테 = 기성복)이 시작된 후 수 많던 옷 만드는 방법들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입을 수 있고 대량생산에 적합한 방법으로 통합된 것이지 여전히 그 다양한 방법들은 각각의 아이디어를 간직하고 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재봉틀의 발명도 이런 하나의 축이 되었을 것이다.
각 나라의 전통의상에서는 여전히 독특한 패턴과 봉제 방법이 남아있는데 재봉틀을 발명한 미국과 유럽에 의해 현대적인 의복이 발달하면서 상대적으로 아시아의 전통의상의 특징은 반영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한국의 한복, 일본의 기모노, 중국의 장삼 등에 반영되어 있던 사각 형태의 암홀을 예로 들 수 있다.
너무 잘 정리해 놓은 이미지가 있어서 가져왔다. 이와 같이 지금은 우리에게 서양식 현대 옷의 형태가 익숙할 뿐이지 과거에는 저 사각 암홀로 인해 생기는 자연스러운 접힘과 주름이 익숙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패턴과 봉제 방식이 사라진 것은 서양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과거에 Houte Couture(오트 쿠튀르 = 맞춤복)에서는 디자이너마다 개성적인 패턴과 봉제 방법을 연구하여 개발하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Balenciaga도 옷의 패턴을 구성하고 봉제를 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연구를 거듭했는데 아래와 같이 원단을 자르지 않고 한 판에서 커팅 후 단 한 번의 봉제로 완성하는 'One-seam Coat'를 설계하기도 했다.
조금 더 디테일이 추가된 개량된 버전이다.
위 링크에서 해당 패턴을 가지고 실제 봉제까지 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더욱 유명한 것은 'Single-seam Wedding Dress'인데 원래 허리 부분을 잡고 우아한 곡선이 특징인 기존의 웨딩드레스와는 반대로 단 하나의 봉제선을 뒤쪽에 두고 Bias된 원단을 넓게 통으로 쓰면서 신부에게 어울리는 순백의 고결함을 나타냈다. 동시에 몸에 맞게 입는 옷이 아닌 걸치는 옷의 개념으로 여성의 신체가 자유롭도록 했다.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웨딩드레스를 생각했을 때 연상되는 그 화려함을 전달하는 비즈, 레이스 등의 디테일을 가지고 어떻게 더 예쁘게 할지를 고민하고 연구하는 게 99%의 디자인 방식인데
Balenciaga는 그 모든 것을 빼고 심지어 "아름다운 드레스"라는 것의 정답과도 같은 패턴도 배제한 후 정말 그냥 원단 하나만을 두른 형상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되지 않는 이유는 아름답기 때문이다.
사실 문명이 탄생한 이래 지금까지 축적된 수많은 기술과 지식들은 결국 '아름다움'을 위해서이다.
나도 가끔 그 '아름다움'에 대한 고민보다 재현을 위한 기술과 지식에 집중하는 등
목적과 방법이 뒤틀릴 때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처럼 Balenciaga는 기존의 쿠튀르가 기성복으로 변화하는 시점에서도 기성복 라이선스 사업 확장을 고사하고 고객 한 명 한 명을 위한 최고급 쿠튀리에로서 자신이 추구하는 Bulk Silhouette을 통해 여성들에게 움직임의 자유와 절제된 우아함을 선물했다.
다음 3편에서는 그의 디자인적 영감의 출처에 대해서 다뤄보겠다.
패션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들 아래의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2회 실제 현업 디자이너가 들려주는 패션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구독해주세요.
'패션에 대하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원단과 옷을 규제받는다면?(제2차 세계대전) (0) | 2024.08.12 |
---|---|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는 재료를 탓해보자(발렌시아가 5편) (0) | 2024.07.30 |
다양한 영감을 옷으로 바꾼 예술가(발렌시아가 4편) (0) | 2024.07.25 |
당신의 고정관념을 깼던 옷이 있나요?(발렌시아가 2편) (0) | 2024.07.18 |
“요즘 그 브랜드 잘하더라”의 기준(발렌시아가 1편) (0) | 2024.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