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 대하여

당신의 고정관념을 깼던 옷이 있나요?(발렌시아가 2편)

bangju 2024. 7. 18. 12:00

 

많은 브랜드가 그러하듯이 'BALENCIAGA'는 디자이너 'Cristóbal Balenciaga'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만든 브랜드다.(유독 패션 브랜드는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가 많다.)

 

Cristóbal Balenciaga(1895~1972)

그를 향한 아래와 같은 찬사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쿠튀리에의 쿠튀리에였다.

 

 

He is the master of us all
Christian Dior
 

 

 

 

Only he is capable of cutting material, 
assembling a creation and sewing it by hand.
The others are simply fashion designers
Coco Chanel

 

 

 

 

Balenciaga 하우스는 엄격한 피팅으로도 유명했는데 Givenchy 에 의하면 Balenciaga는 1960년대 후반 에어 프랑스 승무원 유니폼을 의뢰받았을 때, 3,000명이나 되는 승무원들이 일일이 피팅하기를 원했을 정도로 정말 예외적인 완벽주의자였다고 한다. 이러한 완벽주의는 그가 옷에서 구조적 혁식을 이뤄내고 단순히 입는 옷을 넘어 예술로서의 패션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한 기반이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발렌시아가 상표의 대중적 확장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기도 했다. 발렌시아가는 미국 뉴저지의 기성복 생산 공장을 둘러본 후 기계 생산으로는 결코 자신이 원하는 품질의 옷을 생산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기성복 라이선스 사업을 포기하였고 영원히 오트 쿠튀리에로 남게 된다.

 

이 사업적 선택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기 힘들다. 긍정이라면 지금의 화려한 브랜드의 부활 때문이겠지만 너무 결과론적이며 부정이라면 결국 디자이너에게 신념과 경영 중 어떤 자질이 더욱 필요한지에 대한 끝없는 토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직 궁금한 것은 이 대목에서 확인할 수 있는 그의 대쪽같은 신념이 옷을 디자인 할 때 어떻게 반영되었는지이다.

 

 

BALENCIAGA 'Sack Dress', 1950s

 

1편에서 '기존의 유산'으로 소개한 이 드레스는 'Sack Dress'라고 하는 Balenciaga의 대표작이다.

이 'Ballon Silhouette'이 얼마나 대단한 의미를 가졌는지 이해하기 위해서 1950년대의 의복문화를 살펴보자.

 

 

Christian Dior's New Look(Bar Jacket and A-line Skirt),1947

 

당시에는 Christian Dior이 1947년에 발표한 'New Look' 즉, 허리를 타이트하게 좁히고 그 밑부분에 볼륨을 준 'Bar Jacket'과 A-line Skirt으로 잘록한 허리와 풍부한 골반을 강조한 실루엣이 대유행이였다.

이 'Nwe Look'은 이미 엄청난 혁신이었다. 제1, 2차 세계대전으로 여성스러움이 사라진 당대의 여성복에 다시 전쟁 이전의 우아한 여성복 즉, Belle Epoque 시대(19세기 말~ 20세기 초)의 여성스러움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Balenciaga는 거기서 더 나아가 그러한 여성스러움을 'Ballon Silhouette' 이라는 새로운 20세기의 방식으로 제안하면서 아름다움의 지평을 넓혔다. 여기서는 과거의 Corset 전통처럼 잘록한 허리를 강조하지 않고 반대로 허리선을 감추면서 고객의 신체적 결점을 보완하고 풍부한 부피감으로 장점을 세련되게 부각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지나면서 자신의 권리를 되찾아가던 여성들에게 이 Silhouette은 자유로운 여성스러움의 상징 그 자체였다.

 

당시에 이렇게 입은 여성들이 얼마나 멋있게 보였을지 요즘에 빗대어 보자면 2010년대 중반만 해도 스키니진의 열풍으로 여성들은 예쁜다리와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각선미라는 게 존재하긴 하지만 보편화된 순간 그것이 아름다움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알았고 2020년대 초중반, 와이드 카고 팬츠가 대유행을 했다. 스우파와 댄스챌린지의 유행과 더불어 길거리에서 정말 쉽게 볼 수 있게 되었고 그 룩들은 하나같이 '아름답다'에 '멋있다'가 더해져 있었다.

아마 그런 느낌이었을 것이다.

 

 

 

슬림한 것부터 부피감 있는 것까지 다양한 'Sack Dress'

이처럼 부피감 있는 실루엣을 구조적으로 만들어내는 Balenciaga의 재단은 마치 건축가, 조각가와 같았고 이러한 특징은 다양한 시그니처 아이템들을 탄생시켰다.

 

 

 

(좌)Cocoon-Shaped Top / (우)Barrel-Line Dress

 

Balenciaga는 풍만한 부피감을 주면서도 과거의 'Crinoline Skirt'같이 인위적인 보형물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패턴과 봉제의 연구를 통해 여성의 움직임에 제약없는 참 자유로움을 선사했다.

 

 

(좌)Ballon Jacket, 1953 / (우)Egg Coat, 1960s

좌측의 'Ballon Jacket'은 밑으로 갈수록 특히 뒤판이 넓어지면서 말그대로 풍선같은 실루엣이 보인다. 특이한 것은 Bishop Sleeve인데 이처럼 Balenciaga는 착용자의 어떤 움직임에도 불편함이 없고 동시에 미적으로 아름다운 소매를 위해 Raglan, Kimono, Bat-wing, Ballon, Melon 등 다양한 형태를 연구하고 적용했다.(이미지1)

 

우측의 'Egg Coat'는 Bracelet Sleeve(7부 소매)를 적용했고 이외에도 Decollete Neckline(목둘레를 노출시킨 형태, 이미지2), Stand-away Collar(이미지3)등을 통해 여성의 목과 팔이 더 길고, 가늘고, 우아해보이도록 하여 현대 여성의 절제된 엘레강스를 제안했다.

(이미지1)다양한 형태의 Sleeve
(좌 : 이미지2)Decollete Neckline / (우 : 이미지3)Stand-away Colla

 

 

 

Balenciaga는 1952년에 자신의 Ballon Silhouette을 New Look의 잘록한 허리와 연결시킨 'Semi Fitted Suit'을 디자인 하기도 했다.

Semi Fitted Suit, 1952

앞은 몸에 꼭 맞고 뒤는 헐렁하게 볼륨을 가지는 이 수트는 기존의 고전적 여성미와 자신이 제시한 현대적 여성미가 조화를 이룬 옷이었고 그러한 핏을 유지하기 위해 약간의 유연성을 가지고 있지만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린넨을 사용했다고 한다. 왼쪽의 빨간 색상이 봄, 여름 계절에 잘 맞아 당시 사람들이 크게 열광했다고도 한다.

 

 

이렇게 자신이 믿는 아름다움을 당대의 유행은 신경쓰지 않고 제시하던 Balenciaga는 옷을 만드는 방법에 있어서도 독특한 패턴과 봉제방법을 연구했는데 다음편에서는 그것을 얘기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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