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 대하여

패션디자이너의 컬렉션 스케치 훔쳐보기(패션 일러스트레이션 2편)

bangju 2024. 8. 29. 14:16

 

우리는 1편에서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의 목적으로 두가지를 정리했다.

 

  1. 패션일러스트레이션은 예술적인 목적을 위해서라면 사실적인 묘사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
  2. 만약 사실적인 묘사가 필요한 경우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이지만 정보 전달에 목적을 가질 수도 있고 그것을 "패션 스케치", "도식화"라고도 부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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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은 왜 그릴까? 1편

만약 패션 디자이너를 꿈꾼다면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리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실제로 옷을 만들기 전에 그 옷이 어떨 것인지 미리 확인하고 소통할 수 있는 '시안'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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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두번째 목적으로는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해보자.

 

Christian Dior, New Look, 1947
Christian Dior, Corolle Line, 1947

Christian의 "New look"의 스케치를 보면 굉장히 단순하게 외형만 표현이 된 걸 볼 수 있다. 이처럼 Christian은 스케치를 통해 부드러운 곡선으로 여성의 우아함을 드러낼 수 있는 실루엣을 포착하였다. 세부적인 디테일보다 영감을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을 알 수 있다.

 

(좌)Illustration by Christian Dior / (우)Christian Dior Illustration by Marcel Fromenti
그러나 그 영감을 포착한 뒤에는 이미지(3)처럼 채색을 하고 구체화를 하거나 이미지(4)와 같이 일러스트레이터의 도움으로 원하는 이미지를 완성하기도 했다.

 

 

Cristobal Balenciaga, Tulip Dress, 1965
Cristobal Balenciaga

Cristobal도 Christian과 같이 실루엣을 굉장히 중요시한 디자이너이기에 스케치에서 형태의 윤곽이 가장 강조되어 드러난다. 이 두 디자이너는 모두 프랑스 오트 쿠튀르 협회의 회원으로 기본적으로 옷을 만드는 것에 있어서는 장인이었기에 그들은 옷을 만들 때 스케치보다 직접 만드는 것이 편했을 것이다.

따라서 아래의 그림을 보면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사람을 그릴 때 먼저 축과 덩어리를 그리는 것처럼 그들에게 패션스케치는 중간 단계였을 뿐이다. 그러나 이것이 예술적이거나 사실적인 묘사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는 이렇게 간단해보이는 스케치도 필요한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것으로 정보전달의 목적을 충분히 하고 있다.

 

 

 

가장 극단적인 스케치의 예시로는 Thom Browne을 들 수 있다.

 

(좌)21/SS Sketch by Thom Browne / (우)Thom Browne 21/SS

Thom Browne은 브랜드를 떠올리면 '수트'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만큼 강렬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Thom이 스케치를 할 때 구체적으로 세세하게 그 수트의 디테일을 굳이 묘사할 필요가 없음을 나타낸다. Thom의 스케치는 아마 세상에서 제일 단순화되고 기호화되었을 것이다. Thom은 점, 선, 면을 가지고 기하학적인 도형과 함께 스케치를 완성한다. 옷이라는 제약을 지우고 형태와 비율, 균형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그리고 정사각형은 짧은 재킷, 직사각형은 더 큰 겉옷, 삼각형은 치마를 상징하기도 한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Thom은 수트와 사무실로 대변되는 딱딱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반대로 창의적인 재해석에 관대하며 자신의 팀을 매우 신뢰할 것 같다.

아무리 서로가 원하는게 무엇인지 잘 캐치해도 추상적인 드로잉을 보고 그것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하위 디자이너들 각각의 해석이 들어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남에게 맡기는 것보다 자신이 모든 것을 주관하고 싶어한다. 작은 디테일에도 굉장히 예민하기 때문이다. Thom의 작업방식은 매우 대담한 것 같다. 언젠가 그의 팀에서 일해보고 싶다.

 

이외에도 여러 유명한 디자이너들의 스케치들을 아래에 가져왔다.

 

(좌)Gianfranco Ferre / (우)Valentino
(좌)Yves Saint Laurent / (우)Giorgio Armani
(좌)Jean Paul Gaultier / (우)Kenzo Takada
Sktetches by Alexander Mcqueen

일종의 설계도와 같은 것인데 건축과 다르게 공식화되지 않고 각자가 자신의 규칙에 맞게 그린다는 점에서 재미있다. 물론 의류패턴에서는 이제 그 공식과 약속이 존재한다.

 

Alexander의 다른 스케치들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underthetone.wordpress.com/2015/08/21/alexander-mcqueen-sketches/

 

Alexander McQueen Sketches

We’re always oohing and aahing over beautiful catwalk dresses (or is that just me?), but I wanted to take a look at these dresses when they were still just 2-D ideas on paper.  And because Al…

underthetone.wordpress.com

 

 

(좌)Online Fashion Design Class by Marc Jacobs / (우)Sketch by Marc Jacobs

LOUIS VUITTON 여성복의 전임자였던 미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Marc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 "Master Class"의 Fashion Design Class에서 Sketch에 대해 다뤘는데 그것을 직접 봤기때문에 요약해 보겠다.

https://www.masterclass.com/classes/marc-jacobs-teaches-fashion-design?utm_campaign=Share&utm_medium=Copy&utm_source=class_guest_next

 

Marc Jacobs Teaches Fashion Design

In 18 lessons, iconic designer Marc Jacobs teaches you his process for creating innovative, award-winning fashion.

www.masterclass.com

 

 

 

  1. 스케치는 백지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머리 속의 여러 아이디어들이 가득할 때 결국 무언가 그리기 시작해야 하므로 ‘무엇을 만들어야 되는 지’ 정리가 된다.
  2. 스케치의 단계가 본인에게 꼭 필요한 이유는 스케치들을 수많은 다양한 옵션으로 진행한 후 넓게 그것을 펼쳐놨을 때 비로소 최고의 선택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그러나 컬렉션을 준비하는 스케치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꼭 하는 것은 그 시즌의 컬렉션 테마에 맞는 모델의 형상을 정하는 것이다. 여럿이서 그리는 그림과 각각의 해석이 다르면 결국 의사소통이 어렵게 되고 따라서 그 시즌의 컬렉션을 입히고 있는 뮤즈가 되는 대상의 헤어스타일, 얼굴형, 체형, 키, 팔다리의 비율 등을 먼저 정한다. 더나아가 소통을 위해서 그림으로 굳이 표현될 필요가 없는 디테일들은 옆에 메모를 하여 의사소통을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한다.
  4. 컬러링도 좋지만 그것은 라인드로잉을 통해 실루엣과 넓이, 부피, 등을 결정한 다음의 문제이다. 스케치를 할 때 실루엣을 생각함과 함께 그것을 구현할 때 절개, 봉제선, 다트 등의 구조를 같이 생각한다. 그래야 이후 패턴 단계로 넘어가서 바로 가봉을 하기에 좋다.

 

자신의 팀원들과는 의사소통을 위해 인체 아바타를 설정해놓고 디자인을 시작한다는게 Thom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흥미롭다.

 

Karl Lagerfeld’s sketch of the ‘Rachmaninoff’ dress for Chloé, Spring/Summer 1973
Karl Lagerfeld’s sketch of a dress for Chanel, Spring/Summer Haute Couture collection 2019

Karl의 디자이너 초창기 Chloe에서의 스케치와 후반기 CANNEL에서의 스케치이다. 인물표현이나 의상의 디테일은 좀 더 단순해지고 인물의 포즈에서 전달하는 인상이 강해졌으며 스케치 속 여러 규칙들이 생긴 것을 알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표현의 스타일이 단순해지는 것은 대표적으로 피카소, 마티스, 몬드리안이 있는데 예술가들에게 정말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인 것 같다.

(나조차도 몇 년 전 나의 디자인이 너무 요란해보인다.)

 

 

(좌)Madeleine Vionnet's Draping / (우)Madeleine Vionnet's Dress

물론 패션 스케치를 하지 않은 놀라운 예외도 있다. Queen of Bias-Cut, Queen of Draping, Madeleine은 인터뷰를 통해 처음부터 인체 목각인형에 Draping을 통해 옷을 만들었고 단 한번도 먼저 스케치를 하고 옷을 만든 적이 없다고 한다. 실제로 그녀는 많은 연구와 작품을 통해 역사상 가장 큰 Draping의 발전을 이뤘다.

 

 

Christian Dior Spring 2001 Ready-to-Wear

최근 Maison Margiela의 CD를 사임한 John Galiano는 정말 좋아하는 디자이너 중 한명인데 그가 Dior을 이끌던 시절에 그렸던 컬렉션 스케치들이 걸려있는 사진이다. 화질이 좋지는 않지만 얼핏 보아도 스케치마저 낭만적인 것을 알 수 있다. 다리와 팔이 종이 밖으로 잘려있기도 한 스케치들은 매우 거친 선들과 강렬한 색으로 표현되어있다.

그러나 그것은 예쁘게 보이려고 그린 일러스트레이션이 아니다.

정보전달 목적의 명확한 아이디어가 담긴 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점이 저 그림들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글을 다 읽고 1편까지 본 사람이라면 이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결국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은 사실적인 묘사로 정보전달의 목적이라고 해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규격화된 양식이 없고 너무 주관적인데?"

맞다..이게 포인트다.

 

디자이너로서 우리는 수업이나 공모전 혹은 고객과 소통할 때는 누가봐도 사실적인 사진같은 그림을 그려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받는다. 그렇지 않으면 그림을 그릴 줄 모르거나 혹은 너무 건성이라고 여겨질 것 같아서 이다.

그러나 1편과 2편의 연구를 통해 우리는 가장 중요하게 전달해야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했다.

우리는 상대방이 그 그림을 보고 내가 생각한 것과 같은 인상과 실루엣(비율)을 주는 데에 적합한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릴 필요가 있다. 사실적일 수록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으니 나쁠 것은 없지만 그것은 가봉과 샘플로 보여주는게 맞고 주객전도가 되어서는 안된다.

 

CLO3D

물론 여기서 새로운 도구인 CLO3D의 등장으로 3D샘플링이 가능해진 것은 새로운 국면이다.

물리법칙과 인체아바타를 통해 실제 옷의 피팅을 보여줄 수 있다면 새로운 워크플로우가 가능하다.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이 사실적이어야 한다는 부담도 아예 3D모델링에 넘길 수 있다.

 

그렇다면 의류 패턴에서는 어떻게 사실적인 정보들을 표기하고 공유하는지 다음에 한번 다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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