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개념인 Sustainability, 그러나 Zero-Waste, ESG, Eco-Friendly 등 다양한 용어로 여기저기에 사용되는데 우리는 그 미묘한 차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패션 디자이너로서도 패션 산업에서 쓰이는 수많은 친환경 용어들을 적재적소에 쓰기 위해서는 각각의 의미와 포함관계를 알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한 번 제대로 정리해 보겠다.
Eco-Friendly(친환경) : 2010년대까지 가장 대표적으로 쓰였던 말인데 말 그대로 환경을 친구처럼 생각해 환경을 오염하지 않고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다. 작은 부분들에서 기존의 방식을 개선하고 자연의 방식을 모방하는 것을 실천했지만 산업 전반적으로 체계성과 효율성이 뒷바침되지 않아 헤프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패션 산업에서도 원단 제작 과정에서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수 많은 하위 범주들이 구성된다.
- 친환경 원료 사용: 화학물질 사용을 줄이거나 피하는 원료 선택
유기농 섬유: 화학 비료와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면, 유기농 리넨, 유기농 대마
대나무 섬유: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 빠르게 자라는 대나무를 사용
친환경 모달과 텐셀: 재생 가능한 목재 펄프에서 유래한 섬유
- 재활용 섬유 사용: 이미 사용된 원단이나 제품에서 원료를 추출해 재사용
재활용 폴리에스터: 폐 플라스틱 병 등을 재활용해 만든 섬유
재활용 나일론: 어망이나 산업용 나일론 폐기물 등을 활용.
2. 친환경 제조 공정
- 저에너지 공정: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제조 과정
물 소비 절감 기술: 물을 적게 사용하는 제조 공정이나 물을 재사용하는 시스템 (예: 폐수 처리 시스템)
저탄소 제조 공정: 공장에서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을 도입
- 친환경 염색 공법: 화학 물질 사용을 줄이거나 자연 염색을 활용
천연 염료: 화학적 염료 대신 식물성, 광물성 염료 사용
무수염색(Dry Dyeing): 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염색 방식
3. 폐기물 관리
생산 과정에서의 자투리 원단 활용: 자투리 원단을 재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거나, 폐기물을 최소화
업사이클링: 남은 원단이나 버려진 섬유를 재가공해 새로운 디자인을 창출
제로 웨이스트 디자인: 자투리 원단이 발생하지 않는 패턴과 설계를 통해 섬유 낭비를 최소화
4. 소재의 수명 연장
내구성 높은 섬유 선택: 오래 사용 가능한 고품질 소재 선택
내구성 강화 처리: 섬유의 수명을 늘릴 수 있는 보호 처리를 통해 제품을 오래 사용할 수 있게 제작
다목적 섬유 개발: 다양한 기후나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목적 섬유 개발
5. 바이오 기반 소재
생분해성 소재: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는 섬유 선택
바이오폴리머: 옥수수 전분, 카사바 등에서 추출한 소재를 활용한 생분해성 섬유
생분해성 나일론, 폴리에스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소재로 제품 제작
6. 지속 가능한 공급망 관리
투명한 공급망: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모든 단계에서 투명성을 보장하며, 윤리적 생산이 이루어지도록 관리
공정무역 섬유: 생산자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고, 노동 조건이 보장된 섬유 사용
로컬 생산: 지역 내에서 재료를 조달하고 생산함으로써 운송에 따른 탄소 배출을 줄임
7. 혁신 기술 도입
3D 프린팅: 패턴을 정밀하게 맞추어 원단 낭비를 줄이는 방법
디지털 염색: 디지털 기술을 통해 불필요한 염료 사용을 줄이고 정밀한 디자인을 구현
국가와 기업차원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정책과 경영 부분의 개념들도 있다.
ESG(Environmental-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 : 기업이 성장의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친환경 경영과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를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되는 기업사례인 Patagonia는 98% 재활용 소재를 사용해 제품을 제작하고 FairTrade 인증된 유기농 면을 사용하며 고객에게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고품질 제품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둔다. 제품 수명 연장을 위한 "Worn Wear" 프로그램을 통해 수리 및 재사용을 장려하기도 한다.
Fair Trade(공정 무역) :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할 때 노동자와 생산자에게 공정한 임금과 노동 조건을 보장하는 무역 체계. 아동 노동 착취를 금지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패션분야에서 "아름다운가게"가 매우 유명한 성공적 사례이다. 개인이나 기업으로부터 의류와 생활용품을 기부받아 판매하는데, 그 수익금은 취약 계층 지원 등 사회적 목적을 위해 사용된다. 이를 통해 물건의 수명을 연장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순환 모델을 실현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좀 더 구체적으로 그 실현방법을 논한 Up-Cycling, Re-Cycling, Zero-Waste, Biofabrication, Re-Generation, Re-Plenish 등이 있다.
우선 사람들이 가장 많이 헷갈려하는 것이 Up-Cycling과 Re-Cycling의 차이다.
Re-Cycling(리사이클링) : 사용된 소재를 분해하여 다시 원료로 가공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방식. 창의적인 재생공정을 통해 기존의 제품들과 이질감 없이 동일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둘은 같은 듯 미묘하게 다르다. 차등을 둘 순 없겠으나 리사이클링이 조금 더 많은 공정이 필요할 수 있고 업사이클링은 반대로 조금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업사이클링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Marine Serre에서 폐기된 의류, 빈티지 직물, 중고 섬유, 가정용 섬유 제품(커튼, 테이블보 등)을 수집하고 사용된 직물의 품질과 상태를 평가하여 업사이클링할 수 있는 재료를 패치워크로 제작한 드레스가 있다. 프로젝트성 제작이 아닌 실제 제품으로 출시하면서 매번 고유한 형태의 의류가 만들어지는 창의적인 제품생산의 예시가 되었다.(하나밖에 없는 것은 아닌 걸로 봐서 특정 수량이상의 재고가 확보되는 폐의류를 가지고 작업을 하는 것 같다.)
Adidas가 해양 환경 단체 Parley와 협업하여 해양에서 수거한 플라스틱을 사용해 운동화를 제작했다. 해양 플라스틱을 먼저 세척 및 분류한 후 이를 분쇄해 실로 만들고 이 실을 사용해 신발의 니트 갑피를 제작하며 신발 전체에 걸쳐 리사이클된 재료를 사용한다.
1. 바이오 기반 가죽 대체품
- Modern Meadow의 Zoa는 유전자 조작된 콜라겐 단백질을 이용해 만든 바이오 기반 가죽이다. 동물 가죽을 모방하지만, 동물성 성분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 MycoWorks와 Bolt Threads는 버섯의 균사체를 이용해 가죽 대체재를 개발했다. 이들 제품은 가죽처럼 내구성이 뛰어나면서도 100% 생분해가 가능하며 자원 소모가 적다. Stella McCartney 같은 명품 브랜드가 이 소재를 활용하고 있다.
2. 합성 거미줄 실크
Bolt Threads는 Microsilk라는 합성 거미줄 실크를 개발했다. 이는 효모를 발효시켜 생산한 실크로 자연 거미줄의 강도와 유연성을 재현했다. 이 소재는 생분해가 가능하며 Adidas와 Stella McCartney와 같은 브랜드와 협업해 사용되었다.
3. 해조류 기반 섬유
AlgiKnit은 Kelp(켈프)라고 불리는 해조류를 사용해 내구성이 높고 생분해 가능한 실을 만들었다. 이 실은 폐기물 최소화 공정을 통해 생산되며, 의류, 신발, 가정용 직물에 활용된다.
4. 박테리아 셀룰로오스와 효모 기반 소재
Suzanne Lee는 Biocouture라는 개념을 선도하며 박테리아와 효모를 이용해 셀룰로오스 기반의 소재를 '재배'하는 방식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콤부차 가죽(Kombucha leather)이라고 하며 발효 과정을 통해 가죽과 유사한 소재가 생산된다.
5. 재활용 섬유
Evrnu의 NuCycl 기술은 버려진 의류를 새로운 섬유로 변환하는 시스템이다. Adidas와 Stella McCartney와의 협업으로 친환경 후디와 드레스가 제작되었다.
Re-Generation(재생) : 기존의 지속가능성 개념을 넘어서 생태계를 복원하고 생물 다양성을 회복시키는 방식으로 자원을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자원을 절약하는 것을 넘어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토양, 물, 공기 등의 환경 자원을 다시 생명력 있는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 재생 농업
패션 제품의 원재료를 재생 농업을 통해 생산한다. 예를 들어, 유기농 면화 재배 시 화학 비료나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으며 토양의 건강을 회복시키는 방식으로 작물을 재배한다. 이 방식은 토양의 탄소 흡수 능력을 높이고 물 보존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Re-Plenish(보충) : 자연 자원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서도 그것을 보충하고 유지하는 개념을 의미한다. 이는 자원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원이 고갈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둔다. 특히, 천연 섬유와 같은 원재료를 사용하는 패션 브랜드들은 이를 생산하는데 소비되는 토양과 물을 보충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
- 윤작 및 재배 순환 시스템
같은 작물을 계속해서 재배하면 토양이 고갈될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다른 작물을 윤작하거나 일정 기간 동안 농작을 멈추어 자연이 스스로 회복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면화나 아마를 수확한 후에는 콩이나 클로버와 같은 질소를 보충하는 작물을 심어 토양을 회복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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